우리 정치의 뿌리깊은 폐단을 뽑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바로 선거법 개정이라 생각한다. 광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같은 대안도 이미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하다 못해 기한이 정해져 있는 선거구 조정마저 손을 놓고 있다. 개선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거다.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이슈보다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항인데 대중은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무상급식 같은 이슈에는 그토록 열변을 토하면서 정작 근본적인 시스템에 관한 문제에는 무관심한 거다.

7,8월을 휴가 시즌으로 여기는 건 어디까지나 유럽의 문화에 불과하다. 그곳은 겨울이 긴 탓에 여름에만 보송보송한 햇볕을 쬘 수 있기 때문이다. 습도도 높지 않아서 야외활동을 하기에도 알맞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바캉스 시즌마다 보송한 햇볕을 찾아 남부 해변으로 떠난다. 그렇기 때문에 바캉스라 하면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고.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휴가 시즌 또한 정확히 그 기간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그 기간은 제일 덥고 습할 때다. 해마다 폭염으로 사망자가 나오는 때이기도 하다. 습한 탓에 모기 같은 벌레도 기승이다. 여행 같은 야외활동을 하기엔 사실 한겨울만큼이나 적합하지 않은 시기다. 그럼에도 바캉스 시즌이라 하면 사람들은 바다로 몰린다. 바다가 더 덥고 더 습한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사시사철 햇볕 잘드는 한국에서는 해변에서도 선크림을 바른 채 파라솔 밑에서 햇볕을 피하는 요상한 모습이 나오는 거다.

운전을 못하는 사람들(흔히 말하는 '김여사'를 포함하여)의 큰 착각은 자신이 운전이 미숙하기 때문에 욕먹는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운전 미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욕먹는 진짜 이유는 알아야 할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건 운전 실력보다는 운전 매너에 가깝다. 예를 들면 상황에 맞는 방향표시등이나 수신호, 원활한 차량 흐름을 위한 보편적인 주행 매너, 상호 간의 적절한 배려 운전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런 매너나 예의는 모른다고 해서 용서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매너란 늘 숙지하면서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속주행을 한다고 욕먹는 게 아니다. 저속주행을 할 때는 양보운전을 해야 한다는 매너를 모르기 때문에 욕먹는 거다.

국회법 개정안 논의는 의미있는 토론거리다. 메르스나 '민생법안(이 용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보다 더 중요한 논의가 되었어야 했다.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것은 한 사회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시스템에 관한 문제이고, 그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큼 더 중요한 쟁점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논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한 방으로 종식되고 말 논의가 아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이번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겠지만, 논리보다는 감정을 실은 권리 행사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개정안 논의는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파워게임 정도로 치부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짧막하게나마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지만 사실 행정입법에 대한 입법부의 통제는 그 방법에 따라 위헌이다 아니다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계의 견해도 갈리고 있고 실제로 각 국가마다 의회가 행정입법을 통제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라는 거다. 따라서 이번 논의는 차분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왜 개정안이 필요하단 말이 나오고 그것에는 어떤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고 그 고민만으로도 많은 걸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 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는가?"

다산 시문집에 나오는 말. 술에 있어서는 다산 선생과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역시 진정한 술맛은 입을 추기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입술에 적셔진 술의 향을 입맛 다시듯 혀로 쓸어 맛보는 그 때의 느낌이 참 기가 막히다. 그건 언제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