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TV에서 가덕신공항 광고를 봤다.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보다 가덕도에 신공항을 만드는 게 낫다는 걸 강조하는 내용이었는데, 처음에는 이런 광고도 있구나 하고 신기하게 봤지만 먼 동네의 이야기라 이내 무관심해졌다. 단지 상업광고도 아니고 공익광고도 아니고 이런 것도 광고를 하는 구나 하는 생소함 덕분에 이렇게 언급할 수 있을 정도의 기억으로만 남겨졌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공항 건설이 불러일으키는 막대한 파급력을 생각해보면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예상되는 경제 효과가 뻔히 보이는데 점잔빼고 있을 수만은 없을테니까. 아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을 기울일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공중파 광고도 못할 건 없다.

하지만 동해/일본해에 대한 다툼은 실체 없는 싸움일 뿐이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 국제표준상으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다고 해서 그 해역에 있는 독도가 일본땅이 되는 건 아니다. 대마도가 대한해협에 있다고 한국땅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이들 주장으로는) 이미 국제문서의 97%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사실이 위협받은 적이 있던 것도 아니다. 국외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일말의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중에 걸프만을 ‘페르시아만’으로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아라비아만’으로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사자들이야 열을 올리든 말든, 이런 바쁜 세상에 먼 바다의 지명 분쟁까지 신경쓸 여력도 흥미도 없기 때문이다. 편의상 어느 쪽이든 표준으로 정해지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다.

바꾸어 봐도 똑같다. 우리나 일본이 동해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다 해도 두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실상이다. 외부인들에게 당사자들의 주장은 그저 소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동해가 ‘동해’나 ‘일본해’로 불려야 하는 당위는 당사자들에게만 있을 뿐이다. 이를 외부인들에게까지 강요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미국을 USA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들이 동해를 어떻게 부르든 그건 그들 마음이다.

국제표준이 ‘일본해’가 되었다고 해서 ‘동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국외에서 어떻게 부르든 우리가 ‘동해’라고 부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동해를 ‘동해’로 부르는 이상 ‘동해’가 사라질 일은 없다. 걸프만을 ‘걸프만’으로 부른다고 해서 ‘페르시아만’이나 ‘아라바이만’이 사라지는 게 아닌 것처럼.

동해가 ‘동해’가 된다고 해서 국가의 자존심이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국격은 국가가 자국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외부로 보여지는 것에 따라 평가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도 관심 없는 문제에 대해 우리의 주장을 강요하려 할 수록 스스로가 자존감 낮은 국가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건 외부로부터 인정 받고자 하는 열등감의 한 양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