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는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생각이 같으려면 일단 관심사도 같아야 하는데,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이를 만나는 것부터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둘도 없는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겹쳐지는 관심사의 영역이 항상 넓은 건 아니다. 하긴, 같은 업종에서 생활하는 직장 동료들과도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란 쉽지 않은데, 친구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클릭 몇 번만으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수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내 생각을 글로 옮겨적으면 수많은 이들이 댓글로 내 생각에 동조해주고, 반대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누군가의 글에 나도 댓글로 지지를 보낸다. 이따금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이가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면 마치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맹수처럼 예민한 공격성을 드러내어 그들을 몰아내고, 결국에는 그 사이트를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이들만의 아지트로 만들어버린다.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같은 생각만을 공유한다는 게 인터넷이 없었던 그 이전의 시대와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정도의 새로운 가치를 갖는 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횟수가 얼마나 크다고 한들, 동일성의 반복으로는 자웅동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많은 생물체가 엄청난 수고를 들여가며 (때로는 애처롭기까지 한) 다른 개체와 생식하는 건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받아들임으로써 자기 종의 생명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사고의 영역을 점점 편협하게 만드는 ‘커뮤니티질’은 생각을 키워나가는 외면적인 성장이 아니라 자기 면역력을 파괴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