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세금에 대해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들어오는 건 없고 나가기만 하는 돈이라 그럴까.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공공적자'란 말만 들으면 눈에 쌍심지부터 켠다. 그만큼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피 같은 세금이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적자'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무언가 잘못된 상태이고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공공'적자는 우리의 세금이 본래 쓰이지 않아도 될 곳에 쓰이고 있다는 어감을 풍기고 있다.
하지만 철도나 버스 같은 교통, 전력, 수도, 가스 같은 대표적인 공공재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 세금을 투입하지 않고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요금을 올리는 것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요금 인상은 결국 지하철 이용객이 그 부담을 스스로 지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공정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하철 같은 공기업의 적자를 요금 인상으로 상쇄시키는 것과 세금으로 메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세금 투입은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납세 의무가 있는 전 국민이 부담한다. (물론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갖고 있지만) 아울러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적자를 낸다는 것은 이 같은 납세자들의 세금이 지하철 이용객들의 요금에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만한 경영 구조나 비효율성 등은 개선되어야 한다. 세금 투입과 요금 인상 사이에서의 고민은 어디까지나 비용 절감을 전제로 한 논의다. 공공적자를 무감각하게 바라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자라는 용어에서 비롯되는 막연한 부정적 인식과 선입견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적당한 수준에서의 공공적자는 사회에 악순환이 아니라 오히려 '선순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