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라는 건 본래 가치중립적이다. 상품을 광고하여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 넓게 보면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특정한 가치를 내포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상업적 광고든 그 대상은 소비자의 소비욕구에 한정되어 있기에 광고는 관심이나 기호의 문제로 여겨질 뿐 가치 판단이 개입될 여지도 없을 뿐더러 심적인 거부감을 느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서경덕 교수의 광고는 상품을 광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일반적인 상업광고에서 벗어난 이상 그 내용이 식문화에 관한 것이든 정치적인 이슈에 관한 것이든 특정한 가치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가치는 단순히 소비욕구만을 건드리는 수준이 아니라 수용자의 가치관, 관념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제작자의 바람대로라면 한식 광고에는 아마 이런 의도가 보일 것이다. '불고기나 비빕밥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다. (그러니 먹어보라.)' 이는 한식 상품이 아니라 문화 자체를 권하고 있다. 더구나 제작자의 이면에는 자국 음식의 우수함을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보니 수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광고를 접한 현지 언론이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영국 신문에 햄버거 자체를 선전하는 것과 같다'라고 혹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뉴욕 거리의 광고판이나 일간지의 광고섹션은 상업광고가 있어야 할 자리다. 예외적으로 환경이나 건강 등 보편성을 가진 공익광고가 아닌 이상 서경덕 교수의 한식(나머지 과거사, 독도 광고들도 마찬가지지만) 광고들이 들어가야 할 자리가 아니다. 한식에 대한 내용은 광고면이 아니라 오히려 기사에 실렸어야 했다. 물론 본인 돈(혹은 본인이 후원받은 돈)으로 마음대로 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론이 있겠지만,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이 창의적이지 못해서 그 많은 돈으로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광고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광고가 상업성에서 벗어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는 순간 그 광고는 수용자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키고 지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공익광고나 아예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는 정치포스터가 아닌 이상).

어떻게 보면 광고로 한식을 알린다는 건 가장 천박한 방법이다. 돈만 있으면 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한식을 알려야겠다면 굳이 반대할 것까진 없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현지인들의 거부감, 부작용 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또 광고가 아니더라도 한식이란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매번 느끼지만 서경덕 교수의 광고는 정작 광고가 게재되는 현지보다 국내에서 더 큰 이슈가 되는 것 같다. 광고의 효과보다는 한식 광고를 해외 한복판에 게재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을 받는 것이다. 일반적인 여론 역시 서경덕 교수를 애국자로 치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광고라는 건 그 특성상 만든 이의 취지나 목적 만큼이나 광고를 수용하는 이들의 반응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취지가 대견하다는 이유만으로 외신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까지 너그러워지는 세태에는 좀 아쉬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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