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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7   왕년의 스타, 해설자로서의 성적은?


왕년의 스타, 해설자로서의 성적은?
혼자생각 | 2008/08/17 22:41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신문선, 홍재익 콤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의 ‘빠데루 아저씨’ 김영준 교수.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차범근, 차두리 부자와 김성주 아나운서.

이들의 공통점, 스타 선수들 못지않은 인기를 모았던 스타 캐스터, 해설자였다. 히딩크의 4강 진출로 축구의 열기가 뜨겁던 2002년 여름,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홍재익 캐스터와 신문선 해설위원의 만담에 가까운 중계방송은 축구를 보는 2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였고,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상대 선수에게 ‘빠데루 줘야 합니다’라는 김영준 해설위원의 한 마디는 날카로우면서도 시원스러웠다. 그리고 재작년 의도치 않은 재밌는 실수와 척척 들어맞는 호흡으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독일 월드컵의 중계방송로 인해 김성주 아나운서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스타 선수들이 탄생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쉽게도 스타 해설위원은 탄생하지 않고 있다. 유도, 양궁, 축구, 탁구, 레슬링, 배드민턴 등 수많은 종목들에서 수많은 해설자들이 캐스터와 호흡을 맞추며 중계방송을 했지만 아직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계방송은 나타나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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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공중파 방송 3사에서는 각자 중계방송을 위해 굵직굵직한 해설위원들을 초빙했다. 주로 지난 올림픽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 출신의 해설위원들이었다. 선수 출신이라는 메리트는 굉장히 커보였다. 무엇보다 불과 몇 년 전에 직접 올림픽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까지 냈던 직접적인 경험을 갖고 있었고, 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경기의 분위기, 상대 선수들에 대한 정보 등을 상세하게 풀어낼 이야기꺼리도 많이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나서고 있는 현역 선수들의 선배로서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있다는 점도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뒷이야기들을 구수하게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으로 보였다. 아직도 한판승을 따내던 모습이 생생한 유도의 이원희 선수에서부터, 격투기 선수인지 연예인인지 분간이 안가는 추성훈 선수, 레슬링의 심권호 해설위원, 신궁이었던 김수녕 해설위원, 배드민턴의 방수현 해설위원, 여자 농구의 전주원 선수, 그리고 영화 ‘우생순’의 실제 주인공인 핸드볼 임오경 해설위원까지. 이름만 들어도 우리 국민들을 설레게 했던 올림픽의 영웅들이 이제는 해설위원으로 다시금 국민들에게 ‘뭔가’를 해줄 것만 같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상당히 달랐다. 수많은 스타 출신 해설위원들 중에서 누가 날카로우면서도 재치 있는 중계방송으로 제2의 ‘빠데루 아저씨’로 등극할 것인지 한껏 관심을 모았으나, 거의 대부분의 해설위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왕년에는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지만, 해설위원으로서는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모두들 해설위원 각자의 ‘네임벨류’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경기 해설을 보여준 것이다.

가장 컸던 것은 역시 전문 해설위원과의 경기 해설 능력에 대한 수준 차이였다. 목소리 톤이나 말을 이어가는 능력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었다. 해설자로서 경험이 부족했기에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도 그 말들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가지를 못했다. 군데군데 캐스터의 도움을 빌려 겨우 해설을 진행시키거나 캐스터의 물음에 짧은 말로 답할 뿐이었다. 목소리 톤도 부자연스러웠다. 전문 해설자와 달리 경기 중 흥분할 때가 잦아지면서 목소리 톤이 방송에 맞지 않게 높아질 때가 많았다. 시청자들에게 텔레비전 방송으로서는 뭔가 어색한 목소리였다.

해설 내용이 너무 감정적인 면에만 치우친 것도 문제였다. 애초 선수 출신이라는 점이 직접적인 경험자로서 많은 메리트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이런 예상과는 반대로 해설의 내용이 차분하고 분석적이지 못하고 다분히 개인적이거나 감정적인 내용으로 치우쳤다. 모든 해설은 우리나라 선수와 우리나라 팀에 집중되어졌다. 박태환 선수가 출전한 경기에서는 해설자가 박태환 선수에 대한 이야기만 하느라 다른 선수들은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우생순’의 실제 주인공으로 관심을 모았던 임오경 해설위원의 경우, 경기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해설자’로서의 ‘눈’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끈끈한 투지가 있습니다! 정신력을 발휘하여 정말 잘 뛰어주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십시오!’ ‘상대 선수들 참 더티한 플레이를 하는군요.’ 순전히 이런 이야기들뿐이었다. 상대 선수들은 항상 악역이 되었고, 어떠한 동작을 취하더라도 모두 신사답지 않은 플레이로 취급되었다. 해설자로서의 기본적인 경기 분석도 전무했다. 덕분에 핸드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한 시간 내내 은퇴 선수의 일방적인 응원 문구만을 들어야했다.

올림픽, 4년에 한 번 열리는 그 어느 대회보다도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대회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수준을 발휘하면서 자웅을 겨룬다. 그런 대회를 중계해주는 해설 또한 최고의 수준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인터넷 등 각종 매체가 발달하면서 일반 시청자들 또한 경기를 읽을 줄 아는 수준급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 흥분만 잘하면 열정적인 해설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날카로운 분석 아래 우리가 몰랐던 점들을 정확히 집어주고, 여러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풀어내면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해설, 우리는 그런 중계방송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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