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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정치의 바닥
혼자생각 | 2008/06/03 16:22

'이미지 정치'의 끝을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오늘로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그들의 이미지 정치는 채 100일이 가기도 전에 스스로 그 바닥을 내보여버리고 말았다. 지지율은 하루하루가 무섭게 땅으로 내리 꽂히고 있었고 그가 야심차게 내비친 정책들은 물가 급등이라는 악재와 더불어 시민들의 인내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국민이 우려하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은 촛불을 든 채 거리로 나섰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늘 '경제'였다. 90년대 말 바닥을 친 후 서서히 경기가 원상태로 돌아오는 듯 했으나, 여전히 '서민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의 쓰디쓴 구조조정과 보릿고개를 경험한 국민들은 분배와 균형을 강조하며 서민들의 이미지를 풀풀 풍기는 젊은 대통령에게 나라를 맡겼다. 하지만 경기는 좀처럼 풀릴 줄을 몰랐고 국민들은 좀처럼 나아지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정 살림과 부족한 일자리에 허덕였다.

이는 17대 대선에서 국민들의 경제 대통령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은 '경제만 살려다오'를 외쳤다. 그리고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지 못했던 정권과 여당의 무능함을 비판했다. 이와 동시에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불리는 경험많고 유능한 기업가 출신의 야당 후보가 국민들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었고 사상 유례없는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압도적인 지지에는 그가 경제에 대한 전문가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텔레비전에서 단지 그가 안전모를 쓰고 산업 현장을 둘러보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은 그가 6,70년대의 경제 성장의 기적을 재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막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온 듯한 차림으로 서민 경제를 운운하는 후덕한 아줌마의 구수한 사투리만으로도 그가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지기에 충분했다.

그가 쓴 안전모, 시장 아줌마, 청계천, 형형색색의 버스들....

어디 이뿐이랴. 대원군에게 그의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경복궁이 있었다면 그에게는 서울시장 임기 시절 완성시킨 청계공원이 있었다. 청계고가와 난잡한 소매상들로 별볼일 없던 청계천이 어느 순간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청계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시민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뀌어버린 청계공원에서 물놀이를 하고 산책을 하면서 청계천을 그에 대한 이미지와 중첩시켜버렸다. 청계천보다 알록달록한 시내버스도 있다.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등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도칠된 버스와 함께 새로 정비된 시내버스 시스템은 다시 한번 시민들에게 그의 강렬한 업적을 뚜렷하게 이미지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끊임없이 효율성을 운운했다. 지금의 나라에는 제대로 일을 하는 공무원이 없다는 등, 쓸데없이 몸집만 거대한 기관들이 많다는 등 하루가 멀게 효율성 추구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 효율성에 대한 이미지는 그의 약삭빠를 것만 같은 외모와 더불어 그가 마치 가장 '일 잘하는 사람'으로 국민들의 뇌리 속에 각인되도록 만들었다. 그의 연설은 다른 경험많은 정치인들에 비해 어눌했지만 경제에 목마른 국민들에게는 그것마저도 미덕으로 보였다. '경제만 잘 살리고, 일만 잘하면 되지. 최소한 정치인들처럼 말만 화려하게 늘어놓지는 않잖아.'

국민들은 모두 그의 '이미지'에 매료되었다. 청계천 복원, 중앙차로를 종횡무진 질주하는 형형색색의 버스들, 자갈치 아줌마, 그와 은근히 잘 어울리는 안전모, 말로만 효율성을 언급할 것 같지만은 않은 그의 날카로운 외모. 그가 매스컴을 통해서 풍기는 하나 하나의 이미지들은 그를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고 기업가 출신답게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덕목을 갖춘 대통령감으로 만들어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자신 외에 모든 것들을 국민들의 눈에서부터 은폐시켰다. 국민들은 그가 유세 기간 내내 외쳤던 '경제 살리기'에는 관심이 높았지만 정작 그가 어떤 정책을 기반으로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유심히 살펴보지 못했다. 굳이 그가 어떤 경제 정책을 공약하고 있는지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대다수는 단지 그가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투표용지에 기호 2번을 찍었다.

결국 그는 정권을 잡았고, 이후 그가 내세운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은 그를 찍어준 서민들에게 '뭥미'와도 같았다. 공무원 수를 대폭 감축하고, 공기업들을 민영화시키고, 정부의 부처 또한 대폭으로 줄였다. 의료보험과 상수도를 민영화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단지 경제를 살려주겠다는 기대만으로, 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궁금하지도, 알 필요도 없었던 국민들은 그의 '이미지'정책에 끝내 속고야 말았다.

국민들이 말하는 '경제살리기'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경제살리기가 아니었다. 그들은 광우병 소든 미친 소든 어떻게 해서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그들이 홍보하고 있는 '국익'을 만드려 한다. 하지만 이게 어디 말뿐이 '국익'이지 어디 제대로 되 국익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기득권층 소수의 배를 더 불릴 기회가 될 것은 뻔하다. 물론 경제는 좀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고 경제가 성장하든 말든 서민경제는 좀처럼 나아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말하는 경제 살리기는 단순하다. 아래서부터의 서민 살림살이의 개선이다. 절대 소수 특권층의 배불리기가 아니다.

또 파이를 먼저 키우겠단다.

여느때처럼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 파이를 키우는게 먼저란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파이를 키운 후 칼로 파이를 자르려 할 때 이미 파이의 대부분은 소수의 힘센 자들의 뱃속에 들어가 있을 것을 상상하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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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를 아무리 키워도 내가 먹을 일 없다는 것을, 아니 정확히는 그 파이의 재료가 우리의 피와 살로 이루어진 순대 파이라는 걸 인식한 사람들이 길로 나오고 있는 겁니다.
파이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화가 나는 거겠지요. ^^
비프리박 2008/06/03 21:21 L R X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운하를 파서 건설업자들 배불리는 것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겠죠.
국민건강을 담보로 미국산 쇠고기를 그따위로 개방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 배불리는 것이 파이를 키우는 것일테고요.
얘네들 하는 이야기 듣고 있으면, 도대체 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죠.

ps. 반갑습니다.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아, 저도 트랙백 보냈어요. 비슷한 생각 가지신 분 만나면 저는... 반갑기부터 하더라는... ㅋㅎ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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