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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하다. 지나고 나니 9회말 만루상황도 포수 강민호의 퇴장도 모두 한 편의 드라마를 위한 극적인 소스였나보다. 한일 월드컵 이후로 처음 텔레비전 앞에서 포효를 했다. 짜릿하다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경기마다 정말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던 우리나라 대표팀, 9전 전승의 거침없는 돌풍을 일으킨 우리나라 대표팀, 자존심 대결이었던 일본전에서 승리하고, 이전까지의 대결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아마 최강 쿠바를 결국 꺾어버린 우리나라 대표팀, 이들이 더욱 자랑스러운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물론 월드컵 이후 국내의 축구 열기 또한 굉장히 높아졌지만, 본래부터 국내 프로 스포츠를 이끈 종목은 축구가 아닌 야구였다. 8,90년대 프로야구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었다. 히딩크 감독도 처음 우리나라를 '야구의 나라'라고 묘사했을 정도였다. 기업들의 구단에 대한 투자도 활발했고, 무엇보다 팀마다 지역 연고가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뛰어난 성적의 스타들도 꾸준히 배출되어 프로야구의 흥행을 붓돋았다.

이처럼 겉으로는 굉장한 성공을 한 것처럼 보이는 국내 프로야구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최고의 프로 스포츠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있다.  영화 '우생순'으로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핸드볼. 물론 핸드볼과 야구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스포츠 규모나 관중 흥행, 인프라 등 모든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관점에서는 프로야구 또한 그 열기나 관중 수, 실력 수준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있다.

야구인들이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은 구장 문제다. 국내 프로야구는 이십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정작 각 구단의 구장 상황은 너무나도 열악하다. 그나마 쓸만한 구장은 서울의 잠실구장과 인천의 문학구장 뿐, 나머지 구장들은 시설이나 규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구장들이 1만여 석이 겨우 넘는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신생 구단인 히어로즈의 경우는 아마추어 대회가 열렸던 코딱지만 한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 목동구장은 외야석이 아예 없다. 규모만이 문제가 아니다. 잠실구장과 문학구장을 제외한 모든 구장들이 관중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커룸, 불펜 등의 부족문제를 겪고 있다. 두 번 연속 우리에게 패배한 일본이지만 일본 프로야구가 갖고 있는 돔구장과 최신 시설이 구비된 여러 대규모 구장들을 보면 그들이 왜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 떠드는지 알만하다.

잠실야구장 외야석 입장료 3000원, 주차료는 4000원

구단과 지자체와의 관계도 심각한 문제다. 미국이나 일본은 구단과 그 구단 연고지의 지자체가 상당히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되어있다. 서로의 윈윈전략에 따라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구단을 지원하고 구단은 과감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구단과 지자체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구단이 구장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구단과 지자체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경기를 할 때마다 구단은 지자체에 상당한 세금을 내야하며, 구장을 조금이라도 확장하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도 구단은 지자체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구단들은 이런 지자체의 갖가지 규제에 큰 불만을 갖고 있는 반면, 지자체들은 자금력이 좋은 대기업들로 이루어진 구단들의 소규모 투자에 큰 실망을 하고 있다. 부정적인 구단과 지자체의 관계가 끊임없이 악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세계적 실력을 갖고 있는 국내의 야구 선수들 또한 실력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다. 비단 연봉 문제만이 아니다. 구단이나 구장의 열악한 조건은 선수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구장 중 상당 수가 아직도 인조잔디다. 선수들이 슬라이딩을 하다가 화상을 입기 일쑤다. 목동구장의 불펜은 외야 펜스 바깥에 있다. 불펜에서 대기 중이었던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려면 야구장을 나가서 외곽 주차장을 통해 경기장으로 다시 들어와야만 한다. 다른 구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구장이 열악한 라커룸이나 대기실 시설을 가지고 있고, 선수들 또한 이런 상황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붕괴위험이 있는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목숨을 담보로 훈련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겠는가.

열악한 환경 속에 동메달을 따낸 여자 핸드볼 팀을 향해 우리는 '기적'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 금메달을 따낸 우리나라의 야구 대표팀 또한 '기적'이라 말하고 싶다. 그들이 경쟁했던 미국이나 일본, 쿠바, 대만 등과 비교했을 때 야구 대표팀 또한 너무나 열악한 환경을 갖고 있었다.

"명장도, 용장도, 맹장도, 지장도 아닌 복장입니다."

김경문 감독이 허구연 해설위원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 대표팀은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 행운의 우승을 거머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이 행운이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올림픽에서의 또 한 번의 금메달, WBC에서의 우승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프로야구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이는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SK와 인천시는 서로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으로 성공의 케이스를 남겼다.

우리가 좀 더 노력하면, 우리가 진정으로 보고 즐길 프로야구를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오늘과 같은 야구의 재미를 매일매일 지역 야구장에서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전승으로 올림픽 우승을 하겠다던 일본 감독처럼 우리나라 감독 또한 국내 야구 수준이 세계최고임을 자부하는 순간이 우리에게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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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한국야구 오늘은 축제의 날, 역시 괴물 류현진

    Tracked from Pell's seer Blog 2008/08/24 01:09 delete

    9회말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만루가되고 이에 주심에게 강하게 어필하던 포수 강민호가 퇴장을 당하게 된다. 그 때까지는 금메달은 저 멀리 도망간듯 했다. 구원투수로 나온 정대현이 투낫싱 상황에서 정말 기막히게 멋진 공을 던져 병살을 일구어내었다. 그순간 아파트 단지내에 놀람과 기쁨의 탄성이 메아리쳤다. 드디여 금메달이다. 그 함성에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금번 올림릭 경기동안 매순간이 드라마였지만 오늘은 최고의 이야가를 만들어 주었다. 역시..

Comment List

  1. laballade 2008/08/24 07:5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실시간으로 봐서 좋았겠어요ㅜㅜ 여기선 야구 소식이라곤..전혀...태권도 심판때린것만 계속 틀어주고--;

    • 아다리 2008/08/24 10:02 address / modify or delete

      마지막에 극적으로 승리가 확정될때 정말 온 동네가 떠들썩했어요ㅎㅎ
      실시간으로 보셨으면 분명 소리지르고 환호했을텐데~

  2. 복실이 2008/08/25 20:41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진짜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야구란 이런 것이죠.

    • 아다리 2008/08/29 01:08 address / modify or delete

      그러니까요, 무슨 야구 만화 보는것 같았어요ㅋㅋ
      정말 야구의 참 맛을 다시 또 알게 되었죠!

  3. 녹알 2008/08/26 07:49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사실,,오래전부터 야구를 사랑해왔고, 많이 주춤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가..
    여러모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 합니다..

  4. dasan 2008/11/26 17:21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오호 .. 니가 리플관리를 하게 되다니.. 굉장하군.. 굉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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