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오늘 저녁 택시를 탔다. 적막한 택시 안에서 라디오 뉴스가 또렷하게 들렸다.
'지금 이 시간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인해 종로와 동대문 일대 도로가 정체되어있습니다....광화문 앞과 종각까지의 도로는 마비 상태입니다.'
그러자 기사 아저씨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에이, 아무리 시위라지만 일하는 사람들까정 방해하면 안되지."
세상의 민심을 가장 잘 읽는 사람들이 바로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라는데, 그들 중 한 명은 촛불집회에 나선 시위대를 향해 혀를 찼다. 당연히 국민들의 우려를 대신해 행동하고 있는 촛불집회 시위대를 두둔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일리있는 말이었다. 아무리 촛불집회이고 시위이고 좋지만, 최소한 생계에 바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행동은 되도록 삼갔어야 했다. 의도야 어떻든 차로를 모두 막고 행진을 벌이는 것은 좀 자제했어야 했다. 촛불집회가 외신들에 의해 보도되기까지 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던 점은 촛불이 담고 있는 '평화'의 덕이 컸다. 그런데 이 평화시위를 무단 차로 점거 등과 같은 불법시위로 전락시켜서는 안 될 것이었다.

오늘 아침 강의를 들으러 강의실에 들어섰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몇몇 학우가 들어오더니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오후에 있을 학생총회와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헌데 집에 와서 촛불집회에 대한 뉴스를 보던 도중 그 학우가 나누어주었던 전단지가 민주노동당이 배포하는 선전물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수하게 학생회에서 만든 전단지 같았는데 아니었다. 물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러기에는 한구석이 찜찜한 기분이었다.

'배후세력이 있다.' '불건전한 세력이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이명박 정권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들이다. 집회를 통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보다는 집회에 배후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구실로 오히려 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강제 진압하고 있다. 물론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강제로 해산하고 참여자들을 강제 연행하는 것은 과잉 진압임이 분명하지만 배후세력이 있다는 현 정권의 음모설은 과연 '설'에 불과한 것일까.

'운동권'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급진적인 색깔을 갖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흔히 '운동권'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정당으로는 민주노동당을 꼽을 수 있겠고, 민주노총, 전교조, 한총련 등의 세력 또한 모두 소위 '운동권'에 속한다. 87년 이후 급격히 진행된 민주화로 잠깐 그 뚜렷한 노선을 잃기도 했지만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거세진 이후 다시금 세력을 가다듬고 응집하여 우리 사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그들이다. '경쟁'이 점차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평등'을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분명 우리 사회에 꼭 필수적인 요소다.

순수한 시민들의 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

하지만 최근의 이른바 '운동권'의 행동은 정말 실망스럽다. 그들의 고질적인 행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되었다. 현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응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항상 그들이 나타난다. 어쩌면 시민들의 순수한 행동들을 그들의 정치적 야욕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그들의 버릴 수 없는 습성인가보다. 6여 년 전 미군 장갑차 사건 때도 그랬고, 한미FTA에서 지금의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까지, 과연 진보가 맞나 할 정도로 그때만큼은 국민들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교묘히 건들여 자신들의 정치 구호 아래 이용해버린다.

문제는 더 있다. 지금의 정권의 그들과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운동권 그들이 얼마나 완벽한 논리를 갖춘 주장을 펼지라도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이 그들의 주장에 수긍해줄 가능성은 제로다. 그들과 정권은 상극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전무하다. 이런 그들이 촛불집회를 전면에 나서 선동하고 주도한다면 과연 이 집회의 효과가 나타날까 의문이다. 오히려 지금 정권이 떠들고 있는 것처럼 '배후세력이 있다'는 식으로 공권력에 의한 과잉진압의 구실이 될 뿐이다. 그리고 정권의 무분별한 시위 진압은 시민들과 정부 사이에 감정과 폭력만이 얼룩지도록 만들 것이 뻔하다. 물론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도 일리가 있는 논리다. 하지만 그 논리를 사회에 접목시키는 방법과 과정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시민들의 전면에 나설만한 권리도, 시민들과 정권의 대립을 과격하게 만들 권리도 없다. 단지 사회의 한 부분에서 그들 나름대로 그들만의 목소리만 내면 그만인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시민들의 구호로 쓸 것인가는 그들이 아닌 시민들의 몫이다.

더 이상 '중심 없는 시위'를 더럽히지 마라.

'운동권'은 더 이상 시민들의 순수한 촛불집회를 이용하고자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촛불집회는 중심없는 시위로 큰 반향을 낳고 있다. 이전까지의 시위나 학생운동에서는 중심 역할을 하던 배후세력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의 발달로 정치에 대한 시민 참여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중심이 없고, 주동자도 없고, 선동세력도 없다. 시민들 각 개인의 참여적 행동의 의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은 단지 그 의지들을 하나로 응집시켜주는 역할만을 담당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집회에 외신들은 앞다투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아름다운 시민들의 참여를 그들의 야욕으로 얼룩지게 해서는 안된다.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는 성스런 성역이다. 그 누구도 이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미국의 위험성 높은 소를 수입하려는 정권을 말리고 싶은 그 간곡함만큼이나 순수한 촛불집회를 더럽힐 여지가 있는 운동권 그들에게도 간곡하게 말하고 싶다. 제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용기있는 행동들이 헛되는 일은 없도록 신중해달라고.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도' 와 전경  (5) 2008/06/02
시민들을 내몰지 마라  (1) 2008/06/01
소위 '운동권'에게 고한다  (2) 2008/05/29
반가운 반항아  (3) 2008/05/27
스승의 날  (0) 2008/05/15
까메오 도지사  (0) 2008/04/13

Trackback Address >> http://adari.tistory.com/trackback/124 관련글 쓰기

Comment List

  1. 짱예쁜이 2008/05/30 23:32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가끔은 정말 너가 이 글을 쓸까하는 생각도 들어 ㅋㅋㅋ
    머릿속에 빙빙돌고 있는 생각들을 너가 딱 정리해서 쓴것같아 공감가는 글.

  2. 바람꽃 2008/06/02 13:26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공감합니다. ^^
    광우병 관련 문제로 시민 스스로 모인 집회가 .. 정치적으로 이용되서는 안되겠죠.

|  1  | ...  132  |  133  |  134  |  135  |  136  |  137  |  138  |  139  |  140  | ...  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