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반항아

Posted at 2008/05/27 23:38// Posted in 에세이

'우리 학교의 급식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절대 쓰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각 학교 교장선생님들의 훈화 말씀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란다. 하긴, 요즘 그 어떤 한마디보다도 학생들에게 큰 꿈과 희망을 주는 말일지어니.

이전까지 길거리 시위는 주로 대학생들과 20대의 몫이였다. 기를 쓰고 미국으로부터 쇠고기를 들어오려는 지금의 정권도 2,30년 전에는 독재정권에 맞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시위의 전면에 나섰던 대학생들로 채워져있다. 그리고 불과 십여 년 전만하더라도 대학의 캠퍼스들은 감옥을 연상케할 정도로 높은 벽으로 캠퍼스 내부를 감싸고 있었다.

그 후, 대학 캠퍼스의 높은 벽들은 민주화의 바람 아래 허물어졌다. 그리고 대학생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처럼 대학 공부는 접어두고 머리에 띠를 두른채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모습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대신 대학생활은 치열해졌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직후 무섭게 몰아닥친 신자유주의의 바람은 대학생들마저도 바꾸어놨다. '요즘의 대학생들에게는 뜨거운 피가 없어.', '캠퍼스의 낭만이 없어졌어.' 요즘의 대학생들을 보고 사회의 어른들이 혀를 차며 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 것이 어디 대학생들의 탓인가. '나이가 40을 넘어선 뒤로는 세상에 대해 투덜거려선 안 된다.'란 말도 있다. 대학생들로 하여금 대학생활 낭만을 만끽할 여유를 빼앗아간 것은 지금의 세상을 만든 그들 자신이 아닌가.

그러던 최근, 대학생들이 당장 졸업 후의 먹고 살아갈 문제에 대해 매달려 있을 무렵, 이번에는 10대들이 좀더 본질적인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학교 울타리에서 벗어나 거리로 나와 당당하게 세상에 향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장점이자 소통의 장, 인터넷을 기반으로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섰다.

그러자 이번엔 '괴담'이란다. 괴담에 따른 철없는 행동이란다. 학교에 공문까지 내려 학생들의 시위 참여를 막으려 한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그들 자신이 학창시절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 아닌가. 그런 그들이 정당하게 할 말을 하러 거리로 나온 10대 학생들을 공권력을 투입해 잡아들이고 있다. 신문들은 정작 이 10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는 커녕 그들의 장인 인터넷의 단점들을 꼬집고, 그 어느 세대보다도 세상과 가장 많은 소통을 나누고 용기까지 갖추고 있는 그들을 괴담에 휩싸이는 분별력 없는 '아이들'로 몰아가고 있다.

그래도 얼마나 기특한 10대들인가. 그들의 형과 언니들이 제도권에 편승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도서관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지금, 그들을 대신하여 거리로 나왔다. 박수를 쳐줘도 모자랄 10대들이다. 다행스럽다. 새롭게 들어선 정권, 그리고 그들과 의기투합하고 있는 세상의 '어른들'. 그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조용하지 못한 우리네 사회지만, 동시에 그 어느 세대보다도 저항적인 지금의 10대들이 있어서 우리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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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9 05:23 [Edit/Del] [Reply]
    정치논리로 이번 문제를 접근하는것은 문제가 있죠.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인데, 이것을 특정 세력 탓으로 몰고가는 것 자체가 우습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2. 2008/05/29 07:44 [Edit/Del] [Reply]
    이미 시위는 10대가 아닌 20대와 그 윗세대로 교체되었습니다:) 뒷 배력 문제 제기는 항상 있어왔던 것이었구요. 좋은 글 잘 읽고 가겠습니다:)
  3. 2008/06/04 10:37 [Edit/Del] [Reply]
    지난 주말에 나가보니 여전히 힘찬 목소리의 10대들이 많았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더군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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