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쇼'에 대한 기대

Posted at 2008/12/23 10:02// Posted in 기타


일요일 밤, 모두가 달콤했던 주말을 마무리하며 아쉬움에 젖어있는 시간이다. 다음날부터 또 고단한 한 주가 시작되기에 이 시간만큼은 느긋하게 소파에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곤 한다. 이런 성스러운 일요일 밤이라는 시간대에 KBS가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란 새로운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시작했다.

우선 진행자가 영화배우 박중훈이라는 것부터 좀 독특했다. 텔레비전을 켰다 하면 전문MC들이 나오는 최근의 추세와는 확연히 다른 선택이었다. ‘박중훈’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가 코믹영화 배우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영화배우들 중에서도 그의 입담은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기존의 개그맨 혹은 아나운서 출신 MC들에 식상해있는 지금 ‘박중훈’이란 카드는 굉장히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도 엉성했다. 아직 정확한 컨셉을 잡지 못했는지 토크 진행 방식은 왔다갔다 전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었으며, 아직은 입이 덜 풀린 모양인지 박중훈의 재치 있는 입담 또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게스트들, 때로는 방청객들까지 어색하게 만들 정도의 어눌한 진행 수준이었다. 대화는 도중에 뚝뚝 끊어졌고, 방청객들은 어느 시점에서 박수를 치고 웃어야 할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난데없이 등장한 레이싱 자동차는 너무도 뜬금없었고, 슈퍼모델 출신 보조MC와 박중훈의 호흡도 엉망이었다. 기존의 토크쇼들과 차별화를 둔 뭔가 다른 개념의 새로운 토크쇼를 보여주는 듯싶다가도 막상 토크가 시작되면 게스트의 신변잡기에 치중한다거나 장동건의 경우 집요하게 이상형에 치중하는 등 기존의 토크쇼들과 별다른 차이도 보이지 못했다. 토크쇼 끝에 게스트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너무도 어색하기만 했다. 특히, 당을 대표하는 여성 의원들을 불러놓고 세 명 모두 골고루 노래를 부르던 시간은 어색하다 못해 닭살 돋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한 프로그램인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핑계를 들 수 있겠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박중훈이란 브랜드에는 걸맞지 않은, 여러 가지 치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박중훈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 심야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는 각 방송사들의 토크쇼, 하나 같이 굉장히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색깔을 띠고 있다. 스타 게스트를 모셔 놓고 그들의 스캔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진행자의 임무 중 최고 가치 있는 일이 되어버렸고, 자극적이다 못해 이제는 상대 연예인을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원색적인 웃음을 추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또 어느새 부터인가 토크쇼, 버라이어티 쇼 할 것 없이 예능 프로그램에는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드라마 혹은 콘서트, 뮤지컬 등을 홍보하러 방송가를 ‘한 바퀴’ 도는 게스트들로 시청자들은 몇 주씩 동일 게스트를 꾸준히 보게 되는 지루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박중훈쇼’의 모습을 보면 일단은 이런 기존의 예능 쇼들과는 거리를 두는 듯 보인다. 일단, 게스트 출연진들도 기존의 토크쇼들과는 상당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진행자의 능력이기도 하겠지만 평소 브라운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우들, 인물들 혹은 정치인들을 위주로 게스트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을 모시고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토크보다는 아주 조금은 진지하면서도 이따금 박중훈식 유머의 유쾌한 토크가 진행될 것처럼 보인다. 물론 많이 부족했지만 이번에 여야 삼당 여성 의원들이 게스트로 나왔던 저번 방송에서도 이는 충분히 감지되었다. 아울러 평소 시청자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게스트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면이나 인간적인 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게스트와의 이야기 속에서 에피소드 중심의 웃음의 코드도 찾아야겠지만 이와 동시에 그 게스트만의 가치관이라든지 삶의 철학 또한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더욱 풍부한 토크쇼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점들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진행자 박중훈 그 개인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만의 색깔이 담긴 진행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능력 말이다. 아마 앞으로의 게스트들은 방송 출연 경험이 비교적 적은 게스트들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이러한 진행자의 능력은 프로그램 성패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박중훈쇼’의 1, 2회를 보면서 굉장한 어색함과 낯설음을 느낀 것만큼 사실 지금의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토크쇼에 너무 익숙해져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어색함이 언제쯤 사라지고 새로운 익숙함으로 다가올지 혹은 결국 사라지지 못하고 끝이 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이런 어색함이야말로 방송이 더욱 다양해지고 풍부해지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엇이든지 어느 영역이든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가치 있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 또한 한 번쯤 기대해볼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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