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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 PD수첩을 잠깐 봤다. 대선 이후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경제공화당 허경영 총재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그는 다른 대선 후보들과는 전혀 다른 톡톡 튀는 발언과 너무도 이상적인 공약을 내세우면서 어느새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거의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개인적으로도 그를 굉장히 재밌고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이큐와 같이 허무맹랑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대선 후보 TV토론회의 무거운 자리에서도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말하는 그가 정말 감탄스러웠다.
그런데 어제 PD수첩에서 드러난 허경영 총재의 실체는 다소 놀라웠다. 이날 PD수첩에서 그린 허경영 총재를 짧게 묘사하자면, 한 마디로 자신의 유명세를 미끼로 자신의 당에 대한 기부금을 취하려는 속물적인 인물이었다. 물론, 프로그램에서 일련의 기획 의도를 토대로 허경영 총재에 대한 극단적인 모습만을 비춰줬을 테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이러한 속물적인 면은 다소 의외였다.
PD수첩에서는 이러한 허경영 총재에 대한 일종의 거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지금까지 그를 단지 오락적인 측면으로만 이용했던 미디어의 가벼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철저한 검증이 전무하고 단지 일회적인 인기에만 편승하려는 미디어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미디어가 보였던 허경영 총재에 대한 너무도 관대한 태도는 그의 허무맹랑함에 대한 시청자나 대중들의 판단이 흐려지도록 만든다는 것이 PD수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였다.
PD수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허경영 총재의 실체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는 지금까지 언론과 대중들에게 일종의 돈키호테와 같은 인물로 비춰졌었다. 그가 제시하는 것들은 전혀 현실화 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이상적인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제시하는 것들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허 총재를 보면서 사람들은 더더욱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다시 말해, 대중들은 그가 단지 너무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좀 유별난 돈키호테와 같은 인물이라 여겨왔다. 그런데 예상을 달랐고 허 총재 또한 다른 정치인들과 다름없는 속물적인 인간이었음이 드러났다.
물론 허 총재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지금, 그의 거품을 여실히 드러내준 PD수첩의 비판적인 태도는 날카로웠다. 이러한 허 총재의 속물적인 야욕에 일반 대중들이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허 총재에 대한 미디어의 태도를 비판하는 PD수첩의 시각은 다소 관대하지 못하고 너무 협소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대중들, 즉 우리들은 우리를 진정으로 이끌 정치적 지도자, 리더를 찾기 위해 허 총재에 대한 신드롬을 따랐다기 보다는 일종의 가십으로, 단지 놀거리, 흥미거리로 그를 '즐겼'을 뿐이다. PD수첩에서는 이른바 허경영 신드롬이 대중들의 판단을 흐릴 것이라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아무리 허경영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인터넷에 적극적으로 허경영에 대한 글들을 게시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단지 허경영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기발한 상식과 특출한 행보가 흥미로울 뿐이지 절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가 갖가지 매체에 나와서 눈빛 한 방만으로도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실제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그의 말이 신빙성있고 설득력있어서 그의 신드롬에 합세하기보다는 단지 그가 그렇게 말도 안되는 말들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기 때문에 그 신드롬에 열광하고 있는 것 뿐이다.
사람들은 항상 재미를 찾는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를 보라. 지극히 말초적인 것들 뿐이다. 신자유주의니 뭐니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가장 쉽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단순한 재미다. 더군다나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 중 가장 재미없는 판이었다. 선거 기간 초부터 대세론이 굳혀져 있을 만큼 특정 후보가 지지율을 독식했다. 과거 대선에서의 스펙터클한 박빙의 승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서 정말 독특하고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허경영 후보에게 사람들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이는 곧 신드롬화 되었던 것이다.
스포테인먼트란 말이 대세다. 이제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스포츠에까지 재미를 가미시키고 있다. 오죽했으면 농구 선수들이 등 뒤에 자신의 이름이 아닌 별명을 달고 코트를 뛰고 있으랴. 요즘 방영되는 TV 오락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지금 이 방송이 공중파 방송인지 케이블 방송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선정적이고 다분히 오락적이고 말초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단순한 재미가 주가 되고 있다.
우리에겐 단지 즐길거리가 필요하다. 상상해보라(이미 이루어진 것도 있다). 대통령 선거에까지 나왔던 대선 후보가 개그 프로그램에 나와서 관객들을 웃기고, 토크쇼에 나와서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준다. 충분히 웃기고 재미있지 않은가. 또한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과 두고두고 씹을 재밌는 가십거리가 생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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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0rm9 2008/01/17 08:50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허경영도 허경영이지만, 세상엔 너무 순진하고 멍청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뻔히 보이는 것에 속아 넘어가다니... 글 잘보고 갑니다. 트랙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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