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ope the Pacific is as blue as it has been in my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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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 에 해당하는 글7 개
2008/06/25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푸르르기를 희망한다 (1)
2008/06/08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은 그의 헛된 자신감 (7)
2008/06/07   관심과 용기, 그리고 행동
2008/06/06   위령제, 그들의 수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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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1   시민들을 내몰지 마라 (1)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푸르르기를 희망한다
심심할때 | 2008/06/25 00:13

쇼생크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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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앚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뒤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을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우리 또래라면 어렸을 적에 한번 쯤 들어봤음직한 노래, '네모의 꿈'의 일부다. 네모에서 시작해 네모로 끝나는 이 노래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있다면 어딜까. 조금은 어둡긴 하겠지만 교도소만큼 이 노래에 잘 들어맞는 곳도 없을 듯 싶다. 네모난 창살 안의 네모난 감방, 네모난 침대와 네모난 창, 네모난 교도소와 네모난 운동장. 무엇보다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그들이기에 이 노래에서 교도소를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 네모의 창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쇼생크의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 똑같은 지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쇼생크라는 테두리 안에서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고,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나고, 일하라 그러면 일하고, 쉬라 그러면 쉬는 것이 그들의 삶의 전부다. 좋아하는 취미나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따위는 중요치 않다. 단지 하라는 것만 하고 하지 말라는 것만 하지 않을 뿐이다. 아직 교도소에서의 삶이 익숙치 못한 신참 수감자들은 점점 바깥 세상에서의 삶의 내용을 잃어가고 다른 수감자들과 다를 바 없는 네모난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다. 과거에 들판에서 하모니카를 멋드러지게 불어쟀꼈던 추억, 아내와 피크닉을 다닌 추억 등은 말그대로 다시는 겪어볼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릴 뿐 교도소를 들어오기 이전의 삶은 맥주 거품처럼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삶에서 동떨어진다.

하지만 이전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길들어짐'이다. 쇼생크에 의해 보호받고 감시받으면서 수감자들은 감옥 생활에 길들여진다. 40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옥한 '레드'가 '40년 동안 허락을 맡고 화장실을 다녔다. 이제는 누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한방울도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한데서 길들여진 삶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바쁘게 살거나, 빠르게 죽거나'

쇼생크의 한 늙은 수감자는 석방을 두려워했다. 교도소 담장 너머로의 자유롭기만한 새 삶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오히려 교도소 밖으로의 발걸음을 무서워했다. 수 십 년간 굳어지고 단단해진 그의 쇼생크에서의 생활은 쇼생크 밖의 자유로운 새 삶을 살기엔 너무도 벅찼다. 그가 감옥에서 나와 겪게 되는 세상은 그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의 세상에 비해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런 세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또 그를 돕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 벅찬 자유는 이미 쇼생크에 길들여진 그에게 독이 되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누렸던 자유는 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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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쇼생크에서의 삶을 살아왔다. 물론 지금까지의 삶을 죄수와 비교하는 것은 과하겠지만 나는 지금껏 부모님과 세상의 보호 아래 살아온 것은 분명하다. 아침 점심 저녁 밥상을 차려주면 밥을 먹었고, 그만 자라 그러면 누워서 잠을 잤다. 돈을 받아서 필요한 물건을 샀고, 공부하라 그러면 공부를 했고, 놀아도 좋다 그러면 그제서야 맘껏 놀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 것이라 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차례로 다녔다. 물론 대학생인 지금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어른 대접을 받지만 지금의 어른은 허물과 형식치레에 불과하다.

하지만 몇 년 후 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학교와 부모님이라는 보호 감옥 아래서 벗어나 하나부터 열까지 내 판단과 내 행동을 스스로 해야 한다. 더 이상 먹을 것을 주고 잠잘 곳을 마련해주고 해야할  일을 정해주고 보호해주는 존재는 없어질 것이다.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쇼생크 너머의 삶을 두려워했던 레드의 서글픈 눈망울처럼 나또한 아무런 보장이 없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그리고 사회로 내딜 첫 발걸음에 대해 두려워하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 초년생으로의 내딛음을 기다리고 있는 대학생들 모두 자신에게 주어지는 무한 자유에 마냥 기뻐하지만은 못하고 있다.

이런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 잠깐이나마 용기를 갖게 해준다. 갖가지 절망적인 고통도, 그리고 쇼생크 안에서 간수들로부터 여러가지 혜택을 누리며 안락한 수감생활에 안주할 수 있었던 타협의 순간도 모두 떨쳐버리고 자유로의 희망, 이 한 가지만으로 결국 '쇼생크탈출'을 이뤄낸 그의 해피엔딩은 어려운 상황, 고민 속에서도 한 가닥 막연한 기대와 희망섞인 여지를 가능하게 해준다.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푸르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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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늙은이가 된 채 세상에 나온 레드가 새 삶이라는 희망찬 긴 여행을 시작하면서 한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점이 주인공들의 주옥같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였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를 읽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걱정스럽고 불안하기만 한 쇼생크 밖의 새로운 삶, 막연한 자유, 미래에 대해 저 한 마디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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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감옥, 교도소, 길들여지기, 네모, 대학생, 모건프리먼, 미래, 사회초년, , 쇼생크, 쇼생크탈출, 여행, 영화, 자유, 창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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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plot* 2008/06/25 17:05 L R X
쇼생크 탈출..
수십번씩 보고도
다시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영화들 중 하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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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은 그의 헛된 자신감
혼자생각 | 2008/06/08 23:12

넓디 넓은 광화문 거리를 비롯해 안국동 사거리, 청계천, 시청 앞, 독립문 등 서울의 중심부가 촛불을 든 시민들의 인파로 꽉찼다. 연휴를 맞이해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가 이루어졌고, 하루 10여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연휴 내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시청 앞 광장에는 난데없는 텐트촌이 형성되었고 밤낮 구분 없는 시민들의 축제의 장이 계속되었다.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와 떨어지는 지지율, 들끓는 반대 여론도 모자라 보궐선거 참패까지도 모자른 것이었을까. 정부의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그토록 원하는 재협상은 접어둔채 대통령이 대통령에게 전화로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을 제한할 것을 '요청'하였다. 더불어 재협상을 할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을 나무라고 있다.

 "불도저라는 별명이 있던데..."

두 달 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당시 부시가 이명박에게 한 말이다. 어쩌면 이 말에 지금 정부가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배짱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명박은 그의 별명인 불도저처럼 굉장한 추진력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하며 묵직묵직한 사업들을 이룩해낸 전적을 갖고 있다. 그가 한 번 추진할 것이라고 마음 먹은 일이면 그 누구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일을 끝까지 추진시키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가 서울 시장 자리에 있을 때 추진시켰던 몇 가지 사업들은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말았다.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에도 많은 반대가 있었다. 청계천 일대의 상인들에 대한 생존권과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등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또 시내버스 시스템을 정비할 때도 세금을 낭비한다는 등 많은 이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밀어붙였고 결국에는 성공적인 치적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한 대기업의 평사원에서 CEO까지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는 실패를 맛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축적되었던 그의 자신감은 서울시장의 당선과 청계천 복원의 성공적인 결과, 경선과 대선의 연승으로 더욱 굳건해져왔다. (자격을 잃기도 했지만 국회의원에도 당선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총선에서까지 여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그의 자신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바로 이 점이 그를 탄핵으로까지 몰고 가는 시민들의 '배후세력'이 되고 있다. 그에게는 반대를 무릎쓰고도 이에 굴하지 않고 결단력 있게 일을 추진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던 경험이 풍부하다.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연기하고 청와대 인사 쇄신을 거행하는 등 나름대로 자성의 태도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미국 쇠고기 수입을 성사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그의 머릿 속에는 그의 추진력과 결단력을 믿는 헛된 자신감이 좀처럼 자리를 비우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불도저와 같은 독단적 태도가 바로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현 상황이 그가 과거에 견뎌냈던 숱한 반대의 경험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그는 성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일단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시키면 시민들의 저항은 잦아들 것이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확실한 협상 카드를 쥐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쇠고기 수입의 여파와 견줄만 한 협상에 있어서의 미국으로부터의 양보를 확실하게 보장 받은 것도 아니고, '주권'문제가 부각될 만큼 쇠고기 수입 결정은 순전히 우리 정부의 양보에 입각한 것이었다. 즉, 여론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밀어붙일만큼 과연 이후에 이 같은 결정이 그가 운운하는 '국익'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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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서는 이유는 단순히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에 반대해서가 아니다. 그가 버리지 못하고 있는 독단적인 국정 수행 방식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 때도, 버스 중앙차로 도입 때도 많은 사람들의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그 당시의 반대의 내용은 주로 그 추진 사업 자체에 대한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좀 다르다. 그는 일개의 시장이 아닌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최고 국가 통치자의 자리에 있고, 이 자리에 걸맞는 의사소통능력과 민주적인 국정 수행 능력을 보이지 못하는 그에게 시민들은 비판의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다. 즉, 미국 쇠고기 수입에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욱 큰 문제는 바로 그 자신의 독단적인 국정 추진과 의사소통능력의 부재에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대통령과 현 정권이 과연 자각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연일 터져나오는 측근들의 언행과 보수층의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감안해 볼 때 현 정권의 자성적인 태도에 대한 기대는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한 달이 넘었는데도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늘어나고만 있다. 6월 10일을 맞아 시민들과 진보세력들은 대대적인 집회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자신들의 오만함과 독선적인 측면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정권과 시민들의 충돌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대대적인 충돌은 양측의 깊은 갈등과 불신을 낳을 것이 뻔하고, 이 갈등과 불신은 훗날까지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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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갈등, 독단, 미국, 민주주의, 불신, 쇠고기, 수입, 시위, 의사소통, 이명박, 정권, 진보세력, 촛불집회,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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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nowall@melotopia 2008/06/08 23:53 x
제목 : 소크라테스의 변명
GRE도 끝난 김에, 집에 처박혀 있던 미독서적들을 읽으려고 책장 첫칸부터 안읽은 책들을 찾았다. 거기서 가장 처음에 걸린 책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오오... 한눈에 보기에도 지루하고 고전적일 것 같은 제목이다. 내용은 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해서 사형당할때 까지의 이야기와, 소크라테스가 참석했던 어느 잔치에서 했었던 연설을 모아둔 것이다. 저자는 무려 플라톤. 그를 고발한 자들은 그가 무신론자이고 청년들을 선동하여 죄악에 빠지도록 했다는 혐의로..
Tracked from TransAussie 2008/06/09 18:50 x
제목 : 문제는 국민에 대한 태도입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의 준천재급 인재라고 하는 참여정부 최장수 '천재장관'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한 강연 서두에서 '얼음을 깨려고' 꺼낸 100점짜리 인생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선 알파벳 A부터 Z까지 차례로 1~26점까지 점수를 매겨보면, 흔히 인생 성공에 중요한 것이라 생각되는 Knowledge, Money, Luck 는 각각 96, 72, 47점이 된다고 합니다. 과연 100점 인생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100점을 넘지..
2008/06/09 07:54 L R X
비밀댓글 입니다
아다리 2008/06/09 17:35 L X
어! 너 뭐야? 너 명휘야?
원더 2008/06/09 17:03 L R X
님하 컴도저임...ㄳ
그냥 2008/06/09 18:48 L R X
트랙백 따라 왔습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마치 신문 논설처럼(물론 조중동은 빼고요^^) 정연한 어조에 읽고 있으니 차분하게 정리가 되네요.
그렇죠 70년대식 불도저라 시대에 맞지 않는 리더십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상황을 분간하지 못하고 우선 피하고 보자는 꼼수로 툭툭 내뱉는 말을 듣노라면 정말 배후세력인 것 같습니다. 지금 이명박의 '적'은 있을지도 모를 '사탄'과 '친북좌파' 세력이 아니라 바로 이명박 자신인 것 같습니다.
언핏 본 다른 글들도 차분하고 정겨운 느낌이라 무척 좋습니다. 즐필하시고요, 즐거운 블로깅되시기 바랍니다. :)
2008/06/09 20:56 L R X
본인 맞심
2008/06/09 21:44 L R X
비밀댓글 입니다
2008/06/11 05:37 L R X
비밀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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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용기, 그리고 행동
혼자생각 | 2008/06/07 19:20

여름이 싫다.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많이 더위를 탄다. 이런 나에게는 8월의 뙤약볕이 아닌 바로 요즘이 가장 지내기 어렵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과도기적 시기가 나에게는 고역이다. 애매한 시기기 때문에 실내에서든 차내에서든 에어컨을 켜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무더운 날씨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를 돌리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이중창과 두꺼운 커튼, 두꺼운 쇠문을 갖춘 폐쇄적인 강의실은 나에게 너무나 더운 곳이다. 그 폐쇄적인 공간에 몇 십 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하루는 견딜 수가 없도록 더웠다. 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고 온몸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는데도 강의실 안에 앚아있는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평온해보였다. 아무도 두꺼운 커튼에 덮혀있는 창문을 열 생각도, 그렇다고 에어컨을 켤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더운 열기가 이글거리는데도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보였다. 결국, 혼자 강의실을 나가버렸다.

노회찬 의원이 텔레비전에 나와 이야기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당시에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가 막바지를 달리던 때였다고 한다. 그 때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를 일삼는 등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처럼 도저히 이해가 갈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이상하게 여기기는커녕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처럼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협상을 졸속으로 벌여놓고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와 들끓는 민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방안 하나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다. 그 것도 모자라 북파공작원 위령제라는 당치도 않은 구실로 촛불집회를 방해하고, 뜬금없이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뭔가 잘못돌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소와 아무런 변화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일부의 사람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면서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학생들만이 아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줌마들부터 온가족을 이끌고 온 샐러리맨부터 학교에서 나와 거리로 나온 중고등학생들까지. 참여의 폭은 넓어졌다. 그리고 스스로 참여를 즐기고 있다. 더 이상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는 볼 수 없다. 촛불을 들고, 끼리끼리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386들은 막거리를 나누고,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러 온다. 새롭다.

물론 아직까지도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에 무관심하고, 혹은 시간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청계광장이든 시청 앞이든 인터넷이든 정부의 잘못된 발걸음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하나둘 늘어만 가고 있다. 아직까지도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정부가 단지 시간을 떼우려는 것인지, 아니면 신중하게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불어나는 시민들의 참여가 있기에 미래는 밝다. 기대해본다. 더군다나 우리는 6월 10일의 기억도 잊지 않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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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관심, 보수, 시위, 용기, 정부, 촛불집회, 행동,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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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제, 그들의 수준
혼자생각 | 2008/06/06 21:53

오늘은 현충일. 나라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잃고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날이다. 순국 선열들에 대한 추모와 위령제가 여기저기에서 진행되었다. 이들은 죽었지만 그 후 한참이 지난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일년에 한 번씩 그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우리는 분단 상황이다. 종전 선언도 하지 않았다. 우리 일반인들 모르는 시간과 장소에서 분단이라는 대립 상황은 굉장히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HID 북파공작원들은 그 치열함 중심에 있는 존재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걸고 국가의 안보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고, 일부는 아쉽게 목숨을 잃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나라를 위해 의무를 다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들, 그런데 현충일인 오늘 마음 깊숙히 추모받아야 할 이들의 영혼이 위로받기는커녕 이용당했다.
매일 촛불집회가 연이어졌던 시청 앞 광장. 촛불집회의 메카인 이 곳에 난데없이 북파공작원 위령제가 이루어졌다. 어제부터 위패들을 모시고 북파 작전 수행 중 목숨을 잃은 공작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순국 선열들의 날인 현충일, 마땅히 박수받아야 할 이 위령제는 시끄러웠다. 위령제가 진행되는 동안 한 쪽에서는 촛불집회자들이 위령제의 의도를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고, 시청 앞 광장까지 발길을 한 일부의 북파공작원 유가족들은 동의 없는 위령제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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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서울의 한복판이 시끌시끌한 촛불집회로 뒤덮이고, 보궐선거에서는 참패를 하고, 지지율은 바닥을 치는데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일까. '국민의 눈높이가 올라갔다.'라는 그의 발언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 단순한 립서비스에 불과했던 것일까. 물론 그들은 북파공작원 위령제의 장소가 뜬금없이 시청 앞으로 바뀐 것은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촛불집회의 메카인 시청 앞 광장으로 장소를 옮긴 것은 우연한 결과인 것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마치 예전의 고이즈미 총리가 종종 공식석상에서 일제시대의 만행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멘트로 립서비스를 날리면서도 뒤로는 비장한 표정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과 같다.

위령제, 기껏 생각해낸 전략이 이것이란 말인가?

겨우 이 정도다. 우리나라의 정부와 보수층이 쥐어짜낸 전략이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말로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올라왔다는 것에 놀라워하면서 생각해낸 촛불집회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뜬금없는 북파공작원 위령제다. 북한 미사일 실험을 헤드라인으로 장식해내고, 포털사이트에서는 멀쩡히 살아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설을 퍼뜨리더니, 이제는 시청 앞 광장에서의 위령제를 한다고 촛불집회자들의 자리를 뺏는다.
현 정권과 보수층은 되도 않는 북파공작원 위령제를 이용해 보수층의 결집을 처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생각을 달리해보면, 그만큼 그들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오늘로 72시간 촛불집회가 시작되었고, 그들이 이용하려 했던 현충일은 주말과 함께 집회참가자들에게는 천금 같은 휴일로 돌변했다. 그리고 노동단체들도 촛불집회와 정부 규탄의 목소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한다. 끝이 아니다. 현 정권이 두려워하고 있는 6월 10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벼랑 끝으로 몰린 그들의 마지막 선택인가?

한편으로는 정권과 보수여당이 대규모 촛불집회와 성난 인심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했다. 정면돌파를 할 지, 한 발 물러서 시민들의 의견을 대폭 수렴할 지, 아니면 나름대로의 교묘한 술책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술책에 시민들이 어떻게 속아넘어갈지 우려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 오늘, 북파공작원 위령제를 보면서 우려했던 바가 싹 사라진 느낌이다. 이 것이 그들이 생각해낸 마지막 전략적 대응이란 말인가.

(북파공작원들의 위령제 자체가 어떻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를 이용하고 있는 세력에 대한 실망감과 우스움 뿐이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그들의 영혼까지도 다시 한번 국가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북파공작원 유공자들의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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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국가, 김정일, 보수, 북파공작원, 북한, 사망, 시청, 시청앞광장, 애도, 위령제, 유공자, 정부, 촛불집회, 추모, 현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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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뒷골목인터넷세상 2008/06/06 22:58 x
제목 : 십자군 전쟁, 서울 시청광장에서 발발하나
서울십자군 전쟁 북파공작원은 이시대의 이명박정부의 십자군인가 전사자가족도 원치않는 서울시청공원 추모행사에 시민들간의 충돌우려에 알수없는 의구심이 생긴다 북파공작원(HID)들의 시청앞 광장 점거사태가 연일 난리다. 그 이유는 1. 한달여간 계속 되어온 평화적 촛불집회 장소를 야비하게 빼앗았고 2. 대규모 시민사회단체들의 72시간 촛불집회 발표에 맞춰 점거했으며 3. 그들의 초기 집회장소인 판교에서 뜬금없이 시청앞광장으로 옮기고 4. 집회 며칠전 그들의..
Tracked from 공유와 소통의 산들바람 2008/06/07 00:20 x
제목 : ▩ 딱! 오늘, 딱! 시청앞 광장에서... 북파공작원 추모행사라고...? ▩
참 별 수 다 쓴다. 딱! 오늘, 딱! 시청앞 광장에서... 북파공작원 추모행사라고...? 그곳은 미국산 쇠고기 완전개방 반대 촛불집회가 72시간 릴레이로 열리기로 한 장소잖아~~~ "촛불집회가 시청광장에서 열리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단다.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라는 이 단체, 귀막고 눈감고 사회와 격리되어 살았나? 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추모 행사인 만큼 집회신고는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
Tracked from 대나무정령의 선비관 2008/06/07 10:46 x
제목 : 촛불시위 Q AND A
촛불시위를 지지하는 척 하면서 민주당도 나쁘다더니 노무현 김대중도 별 거 아니었냐느니 하는 사람들이 나오더니 이제는 촛불시위가 실패했다는 사람들과 촛불집회 그만하자고 '선동'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작업 들어간 건가요? YTN, 아리랑TV방송, 한국방송공사, 스카이라이프 사장들은 이미 다 갈아치웠고 KBS 사장은 밀어내고 MBC는 민영화 하려고 아마 그 후에 사장 갈아치우겠지요 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
hilfiger 2008/06/07 00:10 L R X
이명박....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비프리박 2008/06/07 00:22 L R X
장소 급변경...
그리고 정작 hid유가족의 이어지는 항의...
주최측이 갖고 있는 2mb와의 연결고리...
이것은 바로 2mb의 수준이기도 하지요.
그런 게 대통령이라니... OTL

아, 방금 트랙백 보냈어요.
아다리 2008/06/07 00:25 L X
마지막 발악?이라고 봐야겠죠.
되도 않는 북파공작원 추모행사를 하다니.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어요, 후훗
자제 2008/06/12 18:19 L R X
뭐하자는건지. 시청앞은 공공장소이고 문화행사를 위한 장소다. 위령제까지 의심하는거보니 좀 정신나간거같네. 시청땅 전세냈나?
아다리 2008/06/13 01:04 L X
그러게요, 시청 앞은 공공의 장소인데 왜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분관계와 전혀 공적이지 않은 명령에 따라 가짜 위령제가 그 곳에 급조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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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정치의 바닥
혼자생각 | 2008/06/03 16:22

'이미지 정치'의 끝을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오늘로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그들의 이미지 정치는 채 100일이 가기도 전에 스스로 그 바닥을 내보여버리고 말았다. 지지율은 하루하루가 무섭게 땅으로 내리 꽂히고 있었고 그가 야심차게 내비친 정책들은 물가 급등이라는 악재와 더불어 시민들의 인내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국민이 우려하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은 촛불을 든 채 거리로 나섰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늘 '경제'였다. 90년대 말 바닥을 친 후 서서히 경기가 원상태로 돌아오는 듯 했으나, 여전히 '서민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의 쓰디쓴 구조조정과 보릿고개를 경험한 국민들은 분배와 균형을 강조하며 서민들의 이미지를 풀풀 풍기는 젊은 대통령에게 나라를 맡겼다. 하지만 경기는 좀처럼 풀릴 줄을 몰랐고 국민들은 좀처럼 나아지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정 살림과 부족한 일자리에 허덕였다.

이는 17대 대선에서 국민들의 경제 대통령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은 '경제만 살려다오'를 외쳤다. 그리고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지 못했던 정권과 여당의 무능함을 비판했다. 이와 동시에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불리는 경험많고 유능한 기업가 출신의 야당 후보가 국민들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었고 사상 유례없는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압도적인 지지에는 그가 경제에 대한 전문가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텔레비전에서 단지 그가 안전모를 쓰고 산업 현장을 둘러보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은 그가 6,70년대의 경제 성장의 기적을 재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막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온 듯한 차림으로 서민 경제를 운운하는 후덕한 아줌마의 구수한 사투리만으로도 그가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지기에 충분했다.

그가 쓴 안전모, 시장 아줌마, 청계천, 형형색색의 버스들....

어디 이뿐이랴. 대원군에게 그의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경복궁이 있었다면 그에게는 서울시장 임기 시절 완성시킨 청계공원이 있었다. 청계고가와 난잡한 소매상들로 별볼일 없던 청계천이 어느 순간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청계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시민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뀌어버린 청계공원에서 물놀이를 하고 산책을 하면서 청계천을 그에 대한 이미지와 중첩시켜버렸다. 청계천보다 알록달록한 시내버스도 있다.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등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도칠된 버스와 함께 새로 정비된 시내버스 시스템은 다시 한번 시민들에게 그의 강렬한 업적을 뚜렷하게 이미지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끊임없이 효율성을 운운했다. 지금의 나라에는 제대로 일을 하는 공무원이 없다는 등, 쓸데없이 몸집만 거대한 기관들이 많다는 등 하루가 멀게 효율성 추구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 효율성에 대한 이미지는 그의 약삭빠를 것만 같은 외모와 더불어 그가 마치 가장 '일 잘하는 사람'으로 국민들의 뇌리 속에 각인되도록 만들었다. 그의 연설은 다른 경험많은 정치인들에 비해 어눌했지만 경제에 목마른 국민들에게는 그것마저도 미덕으로 보였다. '경제만 잘 살리고, 일만 잘하면 되지. 최소한 정치인들처럼 말만 화려하게 늘어놓지는 않잖아.'

국민들은 모두 그의 '이미지'에 매료되었다. 청계천 복원, 중앙차로를 종횡무진 질주하는 형형색색의 버스들, 자갈치 아줌마, 그와 은근히 잘 어울리는 안전모, 말로만 효율성을 언급할 것 같지만은 않은 그의 날카로운 외모. 그가 매스컴을 통해서 풍기는 하나 하나의 이미지들은 그를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고 기업가 출신답게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덕목을 갖춘 대통령감으로 만들어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자신 외에 모든 것들을 국민들의 눈에서부터 은폐시켰다. 국민들은 그가 유세 기간 내내 외쳤던 '경제 살리기'에는 관심이 높았지만 정작 그가 어떤 정책을 기반으로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유심히 살펴보지 못했다. 굳이 그가 어떤 경제 정책을 공약하고 있는지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대다수는 단지 그가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투표용지에 기호 2번을 찍었다.

결국 그는 정권을 잡았고, 이후 그가 내세운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은 그를 찍어준 서민들에게 '뭥미'와도 같았다. 공무원 수를 대폭 감축하고, 공기업들을 민영화시키고, 정부의 부처 또한 대폭으로 줄였다. 의료보험과 상수도를 민영화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단지 경제를 살려주겠다는 기대만으로, 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궁금하지도, 알 필요도 없었던 국민들은 그의 '이미지'정책에 끝내 속고야 말았다.

국민들이 말하는 '경제살리기'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경제살리기가 아니었다. 그들은 광우병 소든 미친 소든 어떻게 해서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그들이 홍보하고 있는 '국익'을 만드려 한다. 하지만 이게 어디 말뿐이 '국익'이지 어디 제대로 되 국익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기득권층 소수의 배를 더 불릴 기회가 될 것은 뻔하다. 물론 경제는 좀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고 경제가 성장하든 말든 서민경제는 좀처럼 나아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말하는 경제 살리기는 단순하다. 아래서부터의 서민 살림살이의 개선이다. 절대 소수 특권층의 배불리기가 아니다.

또 파이를 먼저 키우겠단다.

여느때처럼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 파이를 키우는게 먼저란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파이를 키운 후 칼로 파이를 자르려 할 때 이미 파이의 대부분은 소수의 힘센 자들의 뱃속에 들어가 있을 것을 상상하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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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경제, 경제성장, 광우병, 노무현, 살림살이, 서민, 신자유주의, 이명박, 이미지, 이미지메이킹, 촛불집회, 파이,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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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eutsch`s Web Cafe 2008/06/03 18:04 x
제목 : ■ 이명박과 미국의 눈가리고 아웅 놀이
정운천이 나와서 "미국에 30개월 이상 수출을 중단해주도록 요청하고, 답이 올때까지 고시와 검역을 중단"하겠다고 했고, 때맞춰 미국 쇠고기 업자들은 "4개월 동안 월령 표시하겠다"고 나섰다. IT바닥에서 일하다보면, SI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 RFP 발표부터 제안서 작성, 그리고 프로젝트 수주 후 프로젝트 진행 등을 하게 되는데, 공공부문이나 대형 업체의 SI프로젝트 RFP 발표회장에 가서 RFP를 받아 읽어보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되..
Tracked from 공유와 소통의 산들바람 2008/06/03 19:07 x
제목 : ▩ 2mb 취임 100일, 이런 책은 어떤지요. ▩
2mb 취임 100일이라고 합니다. 2mb 하면 떠오르는 책이름을 적어 봅니다. 『 나라 말아먹기가 가장 쉬웠어요 』 『 100일 되기 전에 꼭 말아먹어야 할 100가지 』 『 10년전으로 되돌리기 100일만 하면 나만큼 한다 』 『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삽질에서 배웠다 - 운하편 』 『 광우병 쇠고기 웰빙 등심스테이크 요리법 100가지 』 『 바람불지 않고 촛불 끄는 법 - 물대포편 』 2mb는 이미 여러번 통독 & 정독한 것 같습니다. 책들이..
miseryrunsfast 2008/06/03 17:27 L R X
파이를 아무리 키워도 내가 먹을 일 없다는 것을, 아니 정확히는 그 파이의 재료가 우리의 피와 살로 이루어진 순대 파이라는 걸 인식한 사람들이 길로 나오고 있는 겁니다.
파이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화가 나는 거겠지요. ^^
비프리박 2008/06/03 21:21 L R X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운하를 파서 건설업자들 배불리는 것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겠죠.
국민건강을 담보로 미국산 쇠고기를 그따위로 개방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 배불리는 것이 파이를 키우는 것일테고요.
얘네들 하는 이야기 듣고 있으면, 도대체 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죠.

ps. 반갑습니다.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아, 저도 트랙백 보냈어요. 비슷한 생각 가지신 분 만나면 저는... 반갑기부터 하더라는... ㅋㅎ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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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와 전경
혼자생각 | 2008/06/02 22:53
'그래도'
문뜩 궁금해졌다. 영어에도 우리나라 말로 '그래도'에 해당하는 말이 존재할까?
쉽게 생각나지 않았다. 한영사전까지 뒤적여보니 'but', 'yet', 'nevertheless' 등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들 단어가 '그래도'란 말을 표현하기엔 어딘가 부족해보인다.
영어에도 없는 '그래도'이란 말, 굉장히 인간적인 단어다.
때로는 고집스럽고, 때로는 맹목적이고, 때로는 희망적이고, 때로는 집착스럽다.

'그래도 우린 친구잖아, 안그래?'
'아무리 그래도 난 너가 좋아.'
'그래도 지구는 돈다.'
'속을 썩이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엄마는 널 사랑한단다.'
'세상살기 정말 힘들다지만 그래도 난 잘 이겨낼거야.'

친구랑 서로 마음이 상한 일이 있어도 친구라는 관계 그 자체만으로도 모든 것이 용서되기에 '그래도'란 말이 쓰이고, (물론 갈릴레오가 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자신이 알아낸 진리를 세상이 몰라주는 서러움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진리를 믿는 갈릴레오에게도 '그래도'란 말이 쓰였다. 또 항상 속을 섞이는 아들이지만 순전히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들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는 엄마에게도,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 할 지라도 이를 이겨내려 의지를 다잡는 이들에게도 '그래도'란 말만큼 하고자 하는 말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그래도'란 단어가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말할 때에는, 다시 말해 어떤 주장의 타당성을 논할 때에는 오히려 '독'이 되기 쉽상이다.

'그래도 이건 잘못됐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래도 전라도 사람들은 무조건 마음에 안들어.'

이럴 때만큼은 '그래도'란 말 만큼이나 특정한 말의 인과관계를 무기력하게 상쇄시켜버리는 단어도 없다. 특정한 사실이나 주장에는 동조를 하면서도 그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뒷전으로 제껴둔채 '그래도'란 말을 동원해 막무가내로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유지시킨다. 즉, 특정한 인과관계의 타당함을 무시해버린채 자신의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도'란 말이 갖는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말의 앞에 나오는 논리적 사실이나 주장에는 화자가 분명 동의한다는 것이다. 화자 자신이 '그래도'란 말을 사용함으로써 그 이전까지의 말에는 동의한다는 자기 스스로의 맹점을 품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시위여도 그렇게 과격하면 안되지, 그러니까 전경들 또한 과잉진압하는거지.'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래선 안되지. 그래도 전경들이 그러면 안되지.'

학교에서 우연히 들은 학생들의 대화다. 이 대화에서도 '그래도'란 말이 지닌 맹점이 보인다. 후자의 학생은 앞서 친구가 말한 부분에 동의를 하면서도 무작정 전경들에게 잘못을 전가시키고 있다. 이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비단 이 학생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주말이 지나고 전경들이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동영상에 뚜렷히 잡힌 것처럼 도덕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전경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경찰 내부에서도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격적인 문제가 있는 전경도 분명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온갖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긴장 속에서 전경 모두가 하나같이 이성을 지킨다는 것이 더 이상할테다. 하지만 소수일 뿐이다. 이 폭력적 행태를 모든 전경들만으로 전가시킬 수는 없다. 이렇게 폭력을 가하는 전경이 있다면 다른 한 쪽으로는 군복을 입은 예비군들에게 자신들의 난감한 처지를 하소연하는 전경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왜 전경들이 그렇게 과잉진압을 해야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 또한 시위대 못지 않게 흥분상태에 있어야만 했는지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시위대의 (일부의 과격한 시위대라 생각되지만) 목적지는 청와대였다. 물대포를 맞서야 했던 시위대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유모차를 몰고 촛불집회에 참석하러 온 아줌마나 학생들이 아니었다. 이 시위대는 평화스러운 촛불집회와는 거리감이 있었다. 청와대를 향했고 그 길을 막아선 전경들의 버스를 물리력으로 넘어뜨리고 파손하려 들었다. 그들은 촛불집회에서 갖가지 문화 공연을 보고 서로 자신의 생각을 토론하는 시민들이나 어린 학생들과는 분명 달랐다. 60여 년 전의 4.19도 아니고 민간인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청와대로 진입한다는 것은 아찔한 상황이었다. 전경들은 이 절박한 상황 속에 투입되었다. 그들이 시위대에게 길을 내준다면 최고통치자의 집무실이 노출되어버리는 상황이었다. 비록 20%를 밑도는 낮은 지지율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대통령은 분명 국민들의 대통령이다. 청와대가 시위대에 노출된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심각한 위기와도 같았다.

'그래도'란 말로는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볼 여유를 갖기 힘들다.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나서고 있다. 그들 전체에 대해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지금 정권은 분명 많은 실정을 하고 있다. 고쳐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 집회를 시위로 만들고 그 시위를 격하게 만드는 소수의 사람들의 대화 방식은 잘못됐다. 그들의 말은 항상 '그래도'이다. 막무가내다. 그들의 방식은 절대 대화가 아니다.

가슴이 아프다. 전의경들이 촛불집회를 벌이는 우리들과 다른 점은 단지 그들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 밖에는 없다. 그들도 군복을 벗으면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는 학생이며 20대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집회나 시위일수록 선동적이고 감정적인 군중심리는 절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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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광우병, 그래도, 대통령, 대화, 시위, 여유, 전경, 진압, 청와대, 촛불집회,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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