혓바늘
심심할때 |
2007/04/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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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늘
-이혜미
혀끝에서 문장들이 박음질된다
너무 오래 길러온 침묵이 혀 밑에서 열매 맺을 때 나는 네가 심어준 씨앗이라고 생각했다 언어로 뭉쳐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그 열매 때문에 모든 만들의 옷자락이 찢어졌어
그것의 이름이 씨앗이 아닌 바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게 간절했던 것은 소음이다 귀청을 찢는 고막이다 둥둥 울리는 영혼이다 율격을 버린 바람이다 세상 모든 구석진 곳에서 콸콸 흐르는 비린 음악이다 주파수 맞지 않은 라디오 속에서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알리바이도 없이 박음질되는 시니피앙, 시니피에, 혀를 버리고 그 날카로운 바늘에 꿰어져도 좋겠다 이제, 나는 실 없이도 오래도록 너를 바느질한다
<시향>25호(2007년 봄호) 게재지 : 시인세계
나만의 월초행사. 택배로 배달되는 <現代文學>을 뜯어보는 일이다. 새 책을 처음으로 만지는 느낌은 이루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부드러운 종이의 촉감은 물론 코끝으로 전해오는 새책의 내음새란. 이 녀석은 원래 엄마 것이지만 나의 고집으로 내 눈에 의해 한번 이상 샅샅이 발가벗겨진 후 그제서야 엄마의 손에 넘어가 다시 한번 발가벗겨진다. 끝이 아니다. 호시탐탐 주인없을 때의 이 책을 노리고 있는 아빠가 있다. 녀석은 또 한번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천천히 단편소설들을 읽는다. 특별히 이번 호는 신춘문예 당선자들 특집이라는데, 워낙 내가 문외한이라 그런지 지난 호들과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단편소설들을 읽는 느낌이란, 고등학교 급식을 먹을 때 그 날의 스페셜 메뉴로 나온 닭강정이나 탕수육 반찬을 하나씩 집어먹는 것과 같다. 아까울 뿐이다. 이와 같은 소설들을 또 읽기 위해선 또다시 한달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래서 닭강정이나 탕수육을 꼬옥꼬옥 오래도록 씹어멋었듯이 단편소설들도 꼬옥꼬옥 조금의 덩어리도 남기지 않고 모두 씹어 먹으려 애를 쓴다.
마찬가지로 작품 하나하나가 왠지 읽기 아까운 시들. 제목만으로도 나를 압도하는 한 시 <적벽 붉은 강가에서> 그런데 시를 읽던 도중 '이혜미'라는 시인 작가가 눈에 띄었다. 눈에 들어오는 시인의 프로필. "1987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시중 가장 젊은이의 시였다. 젊다고 하기보다 어리다고 해야 맞는것 같다. 세상에 나랑 같은 나이에 벌써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니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나중에 더 알아보았더니 작년에 이미 시인으로 등단하였단다. 만 18세의 나이로. 이는 40여년 전 너무도 유명한 시인 최인호에 이어서 두번째 최연소 등단이란다. 인터넷을 뒤져 이 책에 없는 이혜미 시인의 시를 다 읽어보았다. 어려웠다. 같은 나이의 시인이 쓴 시를 같은 나이의 독자는 별로 이해를 하지 못하다니, 서글퍼진다. 그리고 그 시인에게 한 어리숙한 독자로서 미안해지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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